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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관 타고 여성 자취방 침입…노후빌라는 범죄 '사각지대'

아시아교정포럼 [2024-04-19 18: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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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관 타고 여성 자취방 침입…노후빌라는 범죄 '사각지대'

범행의 대상이 된 '노후 주택'

지난 2일 가스 배관을 타고 혼자 사는 여성 집에 몰래 들어가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 A씨에게 검찰이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A씨는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일대를 돌며 여성 혼자 사는 집을 특정했다. 이후 가스 배관을 통해 20대 여성 B씨가 살고 있던 빌라 2층에 침입해 7시간가량 B씨를 감금했다. B씨는 건물 외벽에 가스 배관이 설치된 빌라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건물 외벽에 설치된 배관을 타고 층고가 낮은 빌라와 원룸 등에 침입하는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주거 안전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소규모 공동주택도 '범죄예방 건축기준' 고시에 따라 방범 설계를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고시 개정 전에 지어진 노후 빌라는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범죄 사각지대에 놓인 실정이다.

노후 주택 배제한 현행 공동주택 '범죄예방 건축기준'

3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일대의 노후 다세대 빌라와 연립주택 50곳을 돌아본 결과, 가스 배관이 지표면부터 창틀까지 솟은 채로 외벽에 노출된 건물이 대다수였다. 일부 주택은 1층부터 여러 개의 가스 배관이 얽히고설킨 상태로 창문까지 뻗어 있어 세걸음이면 2층 창문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외부 침입에 대비해 배관에 가시형 방범 덮개를 설치한 주택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국토부는 범죄예방 차원에서 외부 침입에 이용될 요소를 최소화해 건물의 외벽을 설계하도록 규정한 범죄예방 건축기준 고시 적용 대상을 2019년 소규모 주택까지 확대했다.

고시에 따르면 수직으로 뻗은 배관이나 냉난방 설비를 설치할 때 건축주는 외부인이 이를 타고 2층으로 올라오거나 옥상에서 내려올 수 없도록 예방 시설을 구비해야 한다. 건축법도 건축주가 공동주택을 지을 때 범죄예방 설계 기법을 적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한발 더 나아가 가시형 방범 덮개 설치 조례까지 별도로 시행하고 있다. 가시형 방범 덮개는 1층부터 2m 높이까지 설치돼 외부 침입자가 외벽을 타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경기 오산시는 2018년부터 소규모 공동 주거 건축물을 대상으로 건축허가 설계도면 제출 단계부터 가스 배관에 방범 덮개 설치를 적용하도록 했다. 서울 광진구 또한 2015년 가스 배관에 대한 방범 시설 설치기준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한 채 당 30~40만원'…비용 부담에 망설이는 노후 주택 건물주들

문제는 노후 주택이다. 국토부 고시 이전에 지어진 오래된 빌라들은 가스 배관이 방범에 취약한 상태로 노출돼 있어도 마땅히 손쓸 방법이 없다. 지자체 조례 역시 적용 대상이 신축 건물에 한정돼 있어 노후 빌라 외벽의 방범 문제는 어디까지나 건물주 개개인의 의지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건물주들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선뜻 배관 방범 덮개 설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 배관 방범 덮개 제작업체 관계자는 "가스 배관에 덮개를 설치하는 데 건물 한 채 당 최소 30만원에서 40만원이 든다"며 "일부 지역의 신축 건물들은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방범 덮개를 설치하지만, 노후 빌라 건물주들은 언제 나갈지 모르는 세입자를 위해 비용 부담을 꺼린다"고 전했다.

이에 지자체 차원에서 노후 빌라를 대상으로 별도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지자체는 자체 예산을 활용해 노후 빌라 외벽에 범죄예방 시설 등을 설치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는 2014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총 9억8500만원을 투입해 단독·공동주택 6466곳의 도시가스 배관과 에어컨 실외기 등에 특수형광물질을 도포했다. 범죄 발생 시 옷에 묻은 형광물질을 통해 빠르게 용의자를 추적하기 위해서다. 강북구는 지난 1월 가스 배관을 타고 외벽을 오르지 못하게 주거 안전 취약 가구 37곳에 침입 감지장치 112개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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