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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정보 등록위반' 성범죄자, 지난해 역대 최고 이유가…

아시아교정포럼 [2024-02-05 16: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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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정보 등록위반' 성범죄자, 지난해 역대 최고 이유가…

지난해 신상정보 등록 의무를 어긴 성범죄자가 7000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자 신상등록 대상자 16명 중 1명꼴로 법을 어긴 셈이다. 그러나 이를 관리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성범죄자가 경찰의 조사 방문을 거부할 시 강제할 방법이 없어 제도적 허점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등록 의무 위반 6912건…관리 인력 '태부족'

31일 아시아경제가 경찰청으로부터 확보한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및 의무 위반 건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상정보 등록 명령을 위반해 형사입건된 건수는 6912건으로, 2019년(4503건)과 비교하면 53.5% 급증했다.

의무 위반 유형은 이사 등으로 신상정보가 변경됐음에도 등록하지 않은 경우가 5017건으로 가장 많았다. 신상정보 공개 명령 확정판결 후 신규 정보를 등록하지 않거나 사진 촬영 의무를 위반해 입건된 건수는 각각 1398건, 497건이었다.

성폭력처벌법상 신상정보 등록을 선고받은 대상자는 확정판결 또는 출소 30일 이내에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서 실거주지와 사진 등을 등록해야 한다. 또 연 1회 관할 경찰서에 출석해 사진을 재촬영해야 한다.

신상정보 등록 의무 위반이 늘어난 데는 등록 대상이 된 성범죄자 수가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누적 신상정보 등록대상자는 총 10만9367명으로 2019년 대비 56.2%(3만9366명) 늘었다.

하지만 관리 인력이나 제도에는 큰 변화가 없어 이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 현재 성범죄자 신상정보는 경찰과 법무부, 여성가족부가 각각 역할을 분담해 관리하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경찰은 등록 의무 위반 사항을 관리하고 법무부는 신상정보 신규 등록자를 관리한다. 여가부는 최종 신상정보 고지 업무를 담당하는 식이다.

전담 부서 없이 업무가 분산돼 있다 보니 인력은 부족하고, 신상정보 관리를 다른 일과 병행하는 실정이다. 현재 법무부에서 신상정보 등록 및 관리 업무를 맡는 담당자는 총 25명(공무원 4명·공무직 21명)이다. 1명이 약 4300여건의 신상정보를 관리하는 셈이다. 신상정보 최종 고지를 담당하는 여가부 인원도 6명뿐이다.

경찰의 경우 현재 별도의 전담 인력 없이 여성청소년수사팀이 스토킹, 데이트폭력 수사 등과 함께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부가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현재 전국 여성청소년수사팀 인력은 3318명인데, 경찰은 해당 업무를 추후 여성안전기획과로 이관할 계획이다.

"인권침해로 고소"…경찰 조사 거부해도 강제성 없어

경찰의 등록 대상자 조사에 강제성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경찰은 3개월, 6개월, 1년 주기로 등록 대상자가 제출한 정보에 변동사항이 없는지 대상자가 등록한 주소지를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조사를 거부하더라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 동의 없이는 경찰이 자택에 들어갈 수 없다"며 "대부분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랑 직접 전화 통화를 해서 집 근처에서 만나는 식으로 (실거주지 일치 여부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조사를 나온 경찰에게 욕설이나 협박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한다. 2021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 경찰 수사관 388명 가운데 35.1%가 현장 점검 도중 성범죄자에게 욕설을 듣거나 협박을 받았고, 폭행까지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경찰이 인권을 침해했다며 고소하기도 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부 대상자들이 경찰이 너무 잦은 횟수로 점검을 한다는 이유 등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거나 고소하는 경우도 있다"며 "수사관 입장에서는 권한이 없는데 (등록 대상자를 관리해야 할) 의무만 진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행법상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를 제출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등록 의무를 위반하더라도 대체로 벌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실제 지난해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이사한 뒤 한 달 넘게 경찰에 신상정보를 제출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범죄자 A씨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성범죄자 신상정보 제도가 유명무실해지지 않으려면 경찰 조사 거부 시 법적 처벌을 받게 하는 등 강제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현재 상태로 제도가 운용되면 경찰은 경찰대로,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는 대상자대로 불편만 겪고 정작 시민은 아무런 도움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이들이 경찰의 현장 조사를 거부할 때는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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