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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죄에 ‘셉테드’ 앞다퉈 확대...곳곳에 관리 부실

아시아교정포럼 [2023-09-01 16: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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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죄에 ‘셉테드’ 앞다퉈 확대...곳곳에 관리 부실

국내 첫 셉테드 적용지역 염리동 소금길
꺾인 팻말, 흐릿한 안내선 등 관리소홀
“대상지역 확대도 좋지만 사후관리 중요”

최근 서울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살인 사건 등으로 흉악범죄에 대한 시민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서울시가 ‘셉테드(CPTED·범죄예방환경설계)’ 도입 지역 확대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미 셉테드가 도입된 지역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헤럴드경제가 찾은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 이곳은 2012년 10월 국내 최초로 셉테드가 적용된 지역이다. 길을 안내하는 팻말은 꺾여있었고, 바로 옆 돌 계단은 깨져 있었다.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의 길목을 연결해 놓은 바닥 위 노란색 점선은 색이 바래 흐릿했다. 계단과 벽에 칠해진 페인트는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다. 가로등엔 전단지가 붙어져 있었고,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안내판 밑에도 플라스틱 컵 등이 버려져 있었다.

소금길을 다니는 주민들은 불안하다. 평소 소금길을 다닐 때 안전하다고 느끼냐는 질문에 한 여성은 “골목이 비좁고 어두운 편이라 낮에도 늘 불안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고 했다. 염리동에 사는 한 주민은 “여기가 소금길인 건 알았지만 범죄 예방을 위해서 관리 받는 지역인 줄은 몰랐다”고 했다. 셉테드란 범죄자에게는 범죄 실행을 어렵게 만들고 주민은 거주 환경이 안전하다고 느끼도록 생활 시설을 설계하는 디자인을 가리킨다. 골목길에 비상벨, 폐쇄회로(CC)TV, 가로등을 설치하거나 담과 계단에 벽화, 안내선을 그리는 등 도시 시설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하는 작업이다. 도입 당시 서울시는 소금길 후미진 골목을 따라 노란 가로등과 CCTV를 설치했고 담벼락과 바닥 곳곳엔 그림을 그렸다. 서울시는 소금길 외에도 가산동에 ‘골목길 비추미’, 양천구 신월3동의 방치된 공원에 셉티드 디자인을 적용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골목길에 LED 조명을 설치하고,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하거나, 공원에 운동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하는 식이다.

흉악범죄가 잇따르자 서울시는 다시 셉테드를 꺼내 들었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와 서울경찰청과의 협업으로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치안 취약지역을 전수조사하고 셉테드 대상 지역을 점차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18일 신림동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범행 욕구 자체를 사전에 자제시킬 수 있도록 둘레길과 산책길에 강화된 셉테드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후관리가 미흡하면 기대했던 범죄예방 효과를 볼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자칫 단순 전시행정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셉테드는 단순히 물리적 환경만 개선한다고 끝이 아니”라며 “염리동 소금길처럼 관리가 소홀하면 지역이 금방 쇠락해 셉테드 도입 전처럼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그는 또 “셉테드가 조성되고 난 이후에도 그 지역을 꾸준히 관심 갖고 관리해야 인구 이동이 활발해진다”며 “사람이 많이 다니게 하면 저절로 감시 기능이 생기는 것이라 상호감시로 범죄를 예방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효정·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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