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재현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하고,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 인근에서 대낮에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 성폭행당한 피해자가 19일 끝내 사망했습니다. 피의자 최모(30)씨는 이날 구속됐는데요.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끔찍한 사건이 잇달아 벌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습니다.
◇신림동 성폭행 사건 같은 흉악 범죄 발생의 이유, 검경 수사권 조정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고요?
지난 2~3년 동안 정치권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에 수사권을 넘기는 것에만 치중했지, 치안 정책의 부재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를 통계가 보여줍니다. 작년 6월 기준 서울의 지구대와 파출소 242개소 중 43.4%(105개소)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지난 3월 말 기준 서울 지구대와 파출소 직원 약 1만200명 중 30%가 50대 이상입니다. 방범, 순찰 등 치안 활동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범죄 신고가 들어오면 그걸 처리하기 바쁜데, 예방 활동을 할 수나 있을까요?
수사는 피해자가 발생한 뒤 범인을 잡는 겁니다. 피해자가 생기기 전에 방범·순찰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면,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 경찰 본연의 업무는 ‘수사’가 아니라 범죄 예방 활동인 ‘치안’이라고 봅니다. 지금이라도 범죄예방 활동의 중요도가 밀렸는지, 되짚어 봐야 합니다. 지구대 및 파출소에 적정한 인력이 배치되어 있는지, 배치된 인력의 연령 분포는 어떤지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서울시는 환경공학적 설계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겠다고 하던데요?
아무리 최첨단의 환경공학적 범죄예방 시스템이더라도,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람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그 현장에 파출소와 방범초소를 설치해야 합니다. 우범 지역에 설치된 파출소와 방범초소에선 24시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활동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경찰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서울시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뿐 아니라 인력 증원 역시 노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