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에 대한 분노를 제3의 인물에게 대신 푸는 경우도 있다. 함혜현 부경대 공공안전경찰학과 교수는 “살해하거나 폭행하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는데 멀리 있어서 접근하기 힘들거나 그 사람이 자기보다 힘이 세서, 제3의 인물을 대상으로 삼아 분노를 대신 풀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일종의 왜곡된 영웅심리도 개입될 수 있다고 함 교수는 덧붙였다.

실제로 정유정은 범행 사흘 전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해 “내가 큰일을 저지르면 아빠가 고통 받을 것이며, 큰일 저지르고 나도 죽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즉 애정을 갈구했던 아버지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제3자에게 피해를 주겠다는 심리가 범행 동기가 된 셈이다.

묻지마 범죄는 사이코패스 범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묻지마 범죄를 저질렀다 해서 전부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한건 아니다. 다만 김상균 교수는 “공감 능력이 결여된 사이코패스들의 특징, 즉 정성 결여성은 동기가 불분명한 묻지마 범죄에서 많이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테스트하는 PCL-R 검사에서 정유정은 비정상 기준치(25점)를 넘는 28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