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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 흉기난동 사건’이 남긴 숙제 [주간 112 리포트]

아시아교정포럼 [2023-08-04 15: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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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 흉기난동 사건’이 남긴 숙제 [주간 112 리포트]


◆그날 그시간…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21일 오후 2시7분,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80여m 떨어진 상가 골목. 조선이 골목 초입에서 만난 한 20대 남성을 다짜고짜 흉기로 10여차례 찔렀다. 그런 뒤에는 골목 안쪽으로 이동하면서 약 3분간 남성 행인 3명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둘렀다.

 

“누군가 사람을 찌르고 도망간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11분. 골목을 벗어난 조선이 인근 스포츠센터 앞 계단에서 서 있다가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겨누는 경찰과 맞닥뜨리자 그대로 주저앉았다. 조선은 첫 범행 6분 만인 오후 2시13분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대낮 번화가에서 일면식도 없는 이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던 조선은 경찰에 검거될 때는 흉기를 내려놓고 별다른 저항도 하지 않았다.



조선은 범행 10분 전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마트에서 흉기 2개를 훔친 직후 택시를 타고 신림역 인근에 도착하자마자 흉기를 휘둘렀다. 전날에는 자신의 아이폰XS 스마트폰을 초기화하고 평소 쓰던 컴퓨터도 부쉈다. 그는 “범행을 미리 계획했고 발각될까 봐 두려워 스마트폰을 초기화했다”고 진술했다.

 

◆본인 스스로 “사이코패스 성향 있다”는 조선

 

조선은 분노에 가득 차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범행 장소로 신림역을 선택한 이유가 “이전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어 사람이 많은 곳이라는 것을 알기에 정했다”는 조선의 말은 다수의 사상자를 내기 위해 처음부터 계획한 범행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경찰도 조선의 진술과 수사로 확인한 정황 증거로 미뤄 조선이 사전에 범행을 계획해 실행한 것으로 봤다.

 

조선은 “범행 전 살해 방법과 급소, 사람 죽이는 칼 종류 등을 검색했다”, “오래전부터 살인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는 말도 경찰 조사에서 남겼다. “남들보다 키가 작아 열등감이 있었다”거나 “오랫동안 나보다 신체적·경제적 조건이 나은 또래 남성들에게 열등감을 느껴왔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조선은 스스로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조선은 별다른 직업 없이 인천의 이모 집과 서울 금천구 독산동 할머니 집을 오가며 살았다. 조선의 가족관계를 확인한 경찰에 따르면 부모가 모두 살아있지만 별다른 교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성장 과정에 강한 열등의식 누적”

 

범죄 전문가들 가운데는 조선이 가진 ‘전과 3범’과 ‘소년부 송치기록 14건’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잖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조선의 소년부 송치기록이 14건인데, 청소년 때 선도가 안 됐고 그래서 성인이 돼서도 전과가 3범”이라며 “결국 소년 사법제도의 총체적 부실이 가져온 결과물이 이번 사건”이라고 일갈했다.

 

또한 이 교수는 세계일보 기고문을 통해서 “소년사건을 반복하는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특단의 개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십대에 비행을 저질러도 경한 처분이 반복되게 되면 점점 반사회적인 인물로 성장해 나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공정식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도 이번 사건이 교화 프로그램의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공 교수는 “청소년 때 교화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중대 범죄자로 성장한 것”이라며 “(이 같은 범죄를) 예방하려면 지금의 교화 프로그램이 효과적인지에 대해 객관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어릴 때부터 낙인이 찍혀서 부정적인 자의식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고 그게 열등감이나 패배의식을 갖게 해 제3자를 공격하는 형태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며 “청소년 범죄의 낙인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소년범죄자의 재범 실태 및 방지 대책 연구’에 따르면 소년범 중 재범자는 실제로 꾸준히 증가해 왔고 소년 재범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취약한 보호환경’이다.

 

재범을 예방하기 위해서 △현행 감호위탁의 활성화 및 개선 △보호관찰의 효율성 제고 △소년 재범 문제에 대한 정부의 효율적 통합적 대응 △소년보호시설 및 사회정착 지원 기관의 체계적 전문적 운영·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홍콩 묻지마 살인’ 모방했나…신림 흉기난동 이후 이어진 ‘살인 예고’

 

조선은 사건을 저지르기 전인 지난 6월 초쯤에 ‘홍콩 묻지마 살인’, ‘정신병원 강제입원’, ‘정신병원 탈출’, ‘정신병원 입원비용’ 등을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콩 묻지마 살인’은 지난달 2일 홍콩의 한 대형쇼핑몰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30대 남성이 20대 여성 2명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다. 두 사건 모두 대낮 도심에서 일어났다는 점, 피의자가 무직 상태였고 피해자와는 일면식이 없었다는 점 등이 비슷하다. 조선이 홍콩 사건을 모방해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신림 흉기난동 사건의 모방 범죄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27일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20대 남성 이모씨가 구속됐다. 이씨는 지난 24일 오후에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남자연예인 갤러리에 “26일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협박)를 받는다. 그는 인터넷으로 흉기를 구매한 화면을 캡처해 게시물에 첨부하기도 했다.

 

이씨는 이튿날 오전 1시44분 인천 집에서 112에 전화를 걸어 자수 의사를 밝혀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온라인 쇼핑몰 등에 확인한 결과 이씨가 흉기를 주문한 뒤 취소해 실제로 구매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이밖에도 지난 21일 디시인사이드 AKB48·만화·주식 갤러리에 ‘신림역 일대에서 살인하겠다’는 예고 글이 3건 올라온 사실을 확인하고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꿈꾼다’…이번엔 입법 이뤄지나

 

신림 흉기난동 사건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묻지마 범죄’의 개념을 분명히 하고 가중처벌을 추진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회의 법률 개정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을 비롯한 의원 11명은 2021년 5월 ‘형법에는 명시되지 않은 묻지마 범죄 또는 무차별 범죄를 정의하고 가중처벌하자’는 내용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유 의원 등은 “묻지마 범죄 또는 무차별 범죄는 국민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재범 위험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정의와 가중처벌의 규정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2인 이상의 사람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신체에 위해를 가한 사람’은 가중처벌하는 조항 신설을 골자로 한다.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법안은 같은 해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제안설명과 검토보고, 대체토론 등을 거쳐 소위에 회부된 상태다.

 

국회에는 묻지마 범죄가 가해자 관점의 단어이므로 피해자 관점인 ‘무차별 범죄’로 부르고 무차별 범죄자를 치료감호·치료명령 대상에 포함하자는 치료감호법 개정안도 2021년 6월 발의돼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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