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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 범죄로 가기 전… 품행장애 소아청소년 치료해야"

아시아교정포럼 [2023-07-21 19: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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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의 수는 줄어들고 있는데,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으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 범죄 접수 건수는 늘어가고 있다. 2017년 촉법소년 범죄 접수 건수는 7897건에 불과했는데 2021년엔 1만 2502건으로 확연히 증가했다. 소아청소년은 스스로 혼자 크는 게 아니다. 가정, 학교, 사회 속에서 다양한 영향을 받으며 자란다. 따라서 범죄를 선택한 소아청소년의 잘못이 온전히 소아청소년에게만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범죄를 저지르는 소아청소년들은 이미 어릴 때부터 다양한 신호를 보내는데, 대표적인 게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인 품행장애다. 범죄로 이어지기 전, 품행장애가 있는 소아청소년을 가정은, 학교는, 사회는 어떻게 품어야 하는 걸까? 소아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가까이에서 다루고, 보살피는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소희 과장을 찾아가 물어봤다.

-품행장애란 어떤 질환인가?
소아청소년에게 진단할 수 있는 질환으로, ▲다른 사람에게 폭력적, 위협적인 행동을 보이고 ▲권리를 침해하고 ▲범죄행위를 하고 ▲심각한 규칙 위반 증상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이런 증상이 일시적이지 않고 반복·지속될 때 진단한다. 공격성은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나오는 것과 본인의 이득을 위해 적극적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 나뉘는데, 품행장애가 있다면 특히 후자의 공격성을 보인다. 고의로 남의 걸 훔치거나 고양이 등 동물에게 잔인한 행동을 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식이다. 다른 사람이 먼저 공격해서 방어 차원으로 공격성을 보인 거라면 품행장애가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

- 최근 청소년 범죄율이 늘고 있다. 청소년 범죄에는 품행장애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품행장애 유병률도 높아지고 있는가?
우리나라 품행장애 유병률은 약 4% 정도다. 유병률 증가는 알려진 게 없다. 단지 최근 5년간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긴 하다. 질환 자체가 증가한 것인지, 정신건강 인식 개선으로 치료받는 비율이 증가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품행장애는 우울증 등처럼 본인이 힘들어서 치료받기보다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느껴 자녀를 데리고 오는 질환이다. 치료받아야 하는 질환이라기보단 처벌로 행동을 교정해야 한다고만 생각하는 경향도 있어서 실제 유병률보다 치료율이 낮을 것으로 생각된다.

- 품행장애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유전적 요인의 표현을 환경적 요인이 조절하는 것이다. 유전적 요인으로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을 타고 날 수 있는데, 여기에 부모의 방임, 폭력적 가정환경, 비슷한 성향이 있는 친구들 등의 환경적 요인이 더해지면 촉발 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양극성정동장애 등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이 선행돼, 품행장애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 유전적 요인이 있을 때 보이는 특징이 있는가?
유전적 요인의 품행장애 발병 기여도는 일란성 쌍생아 연구, 가족 연구로 증명되고 있는데, 유전적 영향이 클수록 품행장애 발병시기가 빠른 경향이 있다. 10세 이전에 발병했다면 유전적 요인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른 소아청소년 발병 정신질환과 마찬가지로 품행장애도 남아가 여아보다 3~4배 더 많다. 생물학적 성향의 차이가 행동 발현 양상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 환경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큰가?
청소년은 아직 뇌가 발달하고 있는 시기다. 공격성을 제어하는 고차원적인 뇌 기능은 십 대가 돼서야 본격적인 발달이 이뤄진다. 그전에는 그 역할을 보호자가 대신해야 한다. 아동기는 행동 문제를 교정하기 위해 보호자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그런데 가정이 그 역할을 못 해줘, 아이가 방임되거나 폭력적인 환경에서 자라게 되면 아이의 타고난 성향이 겉으로 드러나도록 촉발하게 된다.

- 품행장애는 나이대별로 주로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가?
보통 어릴 때는 사소한 거짓말, 도벽 등으로 시작해, 커가면서 일명 일진 무리와 어울려 가출, 폭력, 범법 행위 등으로 심해지곤 한다. 어릴 때 ADHD가 있었는데 제때 치료하지 않아 품행장애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ADHD로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어 퇴학한 뒤, 품행장애가 있는 무리와 어울리게 되면서 같은 행동을 하는 식이다. 십 대 때 양극성정동장애라는 감정 조절이 잘 안되는 질환이 발병하면, 조증 시기엔 두려움이 없어져 가출 등을 하게 된다. 가출 이후 돈이 없다 보니 범죄에 가담하여 품행장애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렇게 기저질환이 원인이 돼 품행장애로 발전했을 땐, 기저질환을 치료하는 게 품행장애 경과에 매우 중요하다. 이런 기저질환 없이 처음부터 본인의 이득을 위해 고의로 범죄행위를 하는 품행장애도 있는데, 이런 청소년은 성인이 되면 약 50%는 반사회적인격장애를 진단받는다.

-어떤 증상을 보일 때 병원에서 진단 받아보길 권하는가?
자녀가 규칙을 어기거나 다른 아이들과 잘 싸우거나 도벽이 있는 등 사소한 일탈행위를 했을 땐, 먼저 보호자가 적극적 모니터링과 훈육을 해야 한다. 보호자의 노력으로도 호전이 안 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고한다.

- 진단은 어떻게 하는가?
품행장애는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는 외현화 문제다. 임상적 면담, 심리검사를 하고, 행동증상이 DSM-5기준에 맞으면 진단한다. 아동청소년 행동평가척도(Child Behavior Check list)를 사용하기도 한다. ▲사람과 동물에 대한 공격성 ▲재산의 파괴 ▲속이기 ▲훔치기 ▲심각한 규칙의 위반 중 몇 가지라도 있을 때, 그것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최소 1년간 지속된다면 품행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기질적 뇌 질환, 뇌 손상, 간질, 다른 정신과 질환과 감별 진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ADHD도 공격성, 규칙 위반이 있을 수 있는데, 주의력결핍, 집중력 부족, 충동성에 기인한다는 차별점이 있다. 적대적 반항장애도 타인에게 공격적일 수 있다. 그러나 주로 어른들에게 반항, 언쟁한다는 점이 품행장애와 다르다. 기분장애는 감정조절이 안돼 행동문제를 보이는데, 양극성 정동장애는 특히 조증 시기에 행동문제가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 학교에서 하는 정서행동특성검사가 실제로 품행장애 청소년을 분별하는 기능이 있다고 보는가?
학교에서 하는 정서행동특성검사는 자기보고식 검사다. 응답자가 하는 주관적인 답변이라서 과대보고 혹은 축소보고 가능성도 있다. 절대적인 검사는 아니지만, 자녀의 상태를 알 수 있는 방법의 하나 정도로는 볼 수 있다. 문제가 있다고 나왔다면 자녀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보고 대화할 수 있는 계기는 될 것이다.

- 어떻게 치료하는가?
일단 문제를 함께 일으키는 어울리는 무리가 있다면 분리부터 해야 한다. 품행장애 특성상 규칙을 잘 못 지키고 본인에게는 치료 의지가 없어 외래 치료 순응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만약 어울리는 집단과 분리됐고, 외래 치료를 꾸준히 다닌다면 희망적이다. 충동조절, 분노조절을 돕는 약물 치료와 행동치료를 한다. 아동에서는 보호자의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보상과 제재를 활용한 행동요법이 도움이 된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은 칭찬 등 보상을 하고, 그렇지 않은 행동은 타임아웃, 권리 박탈과 같은 제재를 해 바람직한 행동을 강화한다. 규칙을 정할 때는 부모가 일방적으로 정하지 말고 상호 타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기에 치료할수록, 어릴수록 치료 예후는 더 좋다. 청소년은 인지행동 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폭력 행동 상황을 돌아보고 당시 기분이 어땠는지, 선행 인자가 무엇이었는지 얘기를 하고 생각 교정·대안 행동 찾기 등의 활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 트라우마가 있거나 억울함, 외로움 등을 자녀가 호소할 땐 대화 치료가 도움이 된다. 중독성 질환이 있으면 함께 치료해야 한다. 의지만으로 습관이 바뀌기 어렵다.

- 품행장애에 치료법에 대해 어떤 연구 최근 많이 진행되고 있는가?
바이오마커로 품행장애를 확인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진단에 결정적일 정도로 연구된 건 없다. 피부 전기전도성, 심장박동수와 혈압, 신경전달물질,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뇌파 등이 품행장애가 있는 자녀는 품행장애가 없는 대조군과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부모, 형제, 선생님 등은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일단 평소에 따뜻한 관심을 보여야 한다. 또 적극적인 모니터링으로 사소한 일탈에도 적극적인 대응을 해줘야 한다. 행동에 대한 보상과 제재가 일관된 규칙을 적용해 주어져야 한다.

- 품행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와 환자 보호자에게 마지막 한마디 한다면?
품행 장애가 있는 아이가 나쁜 아이로 보이지만, 아픈 아이일 수도 있다.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타인을 괴롭히고 반사회적 비행 행동을 하는 것이지만, 어떤 아이들은 치료해야 할 증상으로 인한 이차적인 합병증일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 아이가 감정 조절이나 충동 조절이 안 되는 것 같다면 조기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발달 중인 아동청소년은 부적응적 행동이 굳어지기 전에 개입하는 것이 좋다. 환자와 보호자의 변화하고자 하는 동기와 쉽게 포기하지 않는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


이소희 과장은
한양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장을 맡고 있다.  'Center for Behavioral Teratology, San Diego State University'(미국 샌디에고 주립대 행동 기형학 센터)에서 연수를 받은 바 있다. 소아청소년 행동학에 관심이 많아 관련 분야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청소년모바일상담센터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청소년특임이사,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학교정신건강이사,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 총무이사,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국제협력이사로 활동 중이다. '애착장애, 소아정신의학', '문화적 재적응이 필요한 가정, 소아정신의학' 등 저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 과장은 앞으로도 소아청소년 환자들에게 꾸준한 사랑과 관심을 쏟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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