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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살해죄 논란]② 국회서 여섯 차례 폐지하려 했던 영아 살해죄...주요 이슈 아니라 뒷전으로 밀려

아시아교정포럼 [2023-07-07 1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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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살해죄 논란]② 국회서 여섯 차례 폐지하려 했던 영아 살해죄...주요 이슈 아니라 뒷전으로 밀려





최근 전국에서 영아가 사망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영아살해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학계와 법조계에선 1953년 제정된 영아살해죄 관련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을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실효성이 없는 게 현실이다.

◇국회서 여섯 차례 법안 발의…논의는 ‘헛바퀴’

프랑스(1994년), 독일(1998년) 등 영아살해죄를 폐지한 유럽 국가처럼 국내에서도 개정안 발의·폐지 움직임이 있었다. 법안 통과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법 개정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1992년 14대 국회에서 영아살해죄 적용 대상을 산모와 산모 남편 등까지 포함하는 ‘직계존속’에서 ‘생모’로 개정하고 영아유기죄를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됐다.

2010년 18대 국회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소속 홍정욱 의원을 대표로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를 모두 삭제한다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가 삭제되면 감경(減輕) 요건이 사라지므로 일반 살해죄와 같은 기준이 적용돼 형량이 늘어난다.

20대에는 현재 국민의힘 소속인 이태규 의원이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를 삭제하는 내용으로, 같은 당 윤재옥 의원이 영아살해죄 적용 대상을 ‘직계존속’에서 산모로 제한하고 영아유기죄를 삭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도 나왔다. 21대에는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영아살해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렇듯 국회에서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지만 통과되지 못한 이유는 당시 영아살해가 사회의 ‘주요 이슈’가 아니었던 탓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지금처럼 이목을 끌만한 주제가 아니라서 논의가 지지부진했다”며 “큰 사건·사고도 없었고 회기마다 여야가 대립하는 쟁점이 있어서 뒷순위로 밀렸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

일반 살인죄에 비해 낮은 형량, 인구 감소에 따른 영유아의 중요성 등 법적 형평성과 달라진 시대상을 감안할 때 영아살해죄는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원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형법에서 영아살해죄가 ‘치욕적인 출산을 은폐하기 위해’ ‘직계존속’이 분만 중이거나 분만 직후 아이를 살해하는 죄라고 명시된 점을 지적하며, “‘직계존속’, ‘치욕 은폐’ 등의 문구는 사실상 명예살인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아무리 치욕을 은폐한다고 (생명을 앗은 것을) 약하게 처벌하는 건 말이 안 되고,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살인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박남미 경북대 법학연구원 박사는 2018년 ‘존속살해죄와 영아살해죄의 위헌성 검토와 비속살해에 대한 고찰’ 논문에서 “영아살해죄 규정에 기술된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가 감경 요건으로 설득력을 갖기엔 이미 성문화가 개방적으로 변화됐다”며 “사생아 양육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양육 시스템이 마련됨에 따라 이 요건은 더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현 시대상에서는 입법 목적을 찾을 수 없다는 의미다.

국회 내부에서는 현재 계류 중인 영아살해죄 폐지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의사 표현을 할 수 없고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영아를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백혜련 의원실 관계자는 “다음 법사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영아살해죄 폐지 법안이 논의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통과돼야 한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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