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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어 더 무서운 ‘묻지마 범죄’…최근 2년간 최소 70건

아시아교정포럼 [2023-07-07 15: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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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어 더 무서운 ‘묻지마 범죄’…최근 2년간 최소 70건



범행 대상이 뚜렷하지 않은 ‘묻지마’ 범죄가 연달아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5월 정유정이 과외 선생님과 학생을 매칭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또래 여성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했고, 가장 최근인 지난 5일엔 경기 의왕에서 같은 아파트 이웃을 ‘묻지마 폭행’한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성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최근 논란이 됐던 ‘부산 돌려차기’ 사건도 대표적인 묻지마 범죄다.

 

묻지마 범죄는 평범한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이유 없이 범죄의 표적이 된다는 점에서 일반 시민 불안감을 자극한다. 법원은 묻지마 범죄가 “사회적으로 큰 불안감을 야기해 해악이 크다”고 본다. 이에 경찰청이 지난해 묻지마 범죄를 ‘이상동기 범죄’로 정의하고 통계를 작성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묻지마 범죄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도 쉽지 않아서다.

 

한국사회에서 묻지마 범죄는 어떤 식으로 발현되고, 얼마나 자주 발생하고 있는 걸까. 최근 2년간 확정된 형사판결문 39개를 분석했다.



◆2년간 확정 판결문 속 묻지마 범죄 ‘70건’

6일 세계일보가 2021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최근 2년간 형이 확정된 묻지마 범죄 관련 판결문 39개를 분석한 결과, 여기에 등장한 묻지마 범죄는 총 70건이었다. 확정 판결문 속 범행횟수와 실제 묻지마 범행횟수가 비슷하다고 가정한다면 1년에 35명이 묻지마 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한 달에 3명꼴이다.

 

우선, 판결문에 설명된 범행을 통해 묻지마 범죄의 성격을 나눠보면 상해나 폭행처럼 상대방에게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39개 판결문 중 29개(64%)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 길거리에서 만난 일면식 없는 사람을 폭행하는 식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야 하는데 비키지 않는다고 다짜고짜 폭행을 행사한 경우도 있었다.

 

그 다음으로 많은 유형은 성범죄와 살인 관련 범죄였다. 각각 5개의 판결문에서 언급됐고,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협박 범죄가 4개로 가장 적었다. 형량은 징역형이 24건(61%)으로 가장 많았고, 집행유예(33%)가 뒤를 이었다. 벌금과 무죄도 각 1건 있었다.

 

묻지마 범죄인만큼 피해자 성별이나 연령엔 뚜렷한 특징이 없었다. 성별이 공개된 57명의 피해자 중 남자가 23명, 여자는 34명이었고 연령별로도 피해자 수에 다소간 차이는 있었지만 골고루 분포됐다.



◆편의점서 과도 산 뒤 갑자기 협박

 

판결문을 살펴보니 섬뜩한 묻지마 범죄가 많았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6월 7일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20대 A씨 사건이다. A씨는 2021년 5월14일 오후 9시50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도로에서 택시운전사의 목과 가슴 부위 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당초부터 A씨가 택시기사를 죽이려고 한 건 아니었다. A씨는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성매매 여성을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은 뒤 이를 실행에 옮기려 했다. 이후 한 여성을 알게 된 A씨는 만남 약속을 잡고 집에서 과도를 챙겨 집에서 나섰다. A씨는 택시를 탔는데, 문득 여성이 본인을 경계하고 있는 것 같아 범행이 실패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타고 있는 택시 기사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택시 기사는 10회 이상 칼에 찔려 사건 40분 만에 사망했다.

 

재판부는 “잔혹하게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수사기관 조사 당시 죄책감이 들지 않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등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편의점에서 과도를 산 뒤 갑자기 그 과도로 편의점 직원을 협박한 사건도 있었다. B씨는 2021년 9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과도를 산 뒤 과도 포장지를 뜯으며 “너 내가 왜 이 칼을 산지 아느냐”며 직원을 협박했다. B씨는 “너를 찔러 죽이려고. 너 근무 교대 시간이 언제냐”며 5분 동안 과도를 쥔 채 편의점 매장을 돌아다니며 칼을 직원에게 겨누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30분 새 2명의 피해자를 ‘묻지마 강제추행’한 사건도 있다. C씨는 지난해 3월 낮 12시쯤 피해자 D(46·여)씨가 근무하는 업장에서 갑자기 피해자의 몸을 누르고 피해자를 강제추행했다. C씨는 범행 직후 도주하다 12시30분쯤 마주 오던 고등학교 여학생을 또 다시 강제추행했다. 피해 학생이 C씨로부터 멀어지려하자 다시 따라가 추행하기도 했다.

 

C씨는 수사기관에서 “내가 격리되지 않고 사회로 나올 경우 다시 범죄를 저지르겠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C씨에겐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묻지마 범죄는 사회가 병들었다는 경고일 수도”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4년 발간한 ‘묻지마 범죄자의 특성 이해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묻지마 범죄자를 만성불만형, 정신장애형, 현실불만형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만성불만형은 전과기록이 많아 오랜 기간에 걸쳐 불만을 현실에서 표출해온 이들이고 정신장애형은 정신분열증이 있거나 환각물질을 흡입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다. 현실불만형은 전과는 없으나 한동안 쌓인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이들이다.

 

윤 위원은 현실불만형의 경우 대인관계 기능 회복을, 만성불만형은 우범자 관리를, 정신장애형은 적극적 치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보고서는 “묻지마 범죄의 증가는 ‘사회가 병들고 있다’, 또는 ‘병들어 있다’는 경고일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묻지마 범죄는 그 시대가 안고 있는 사회적 병리와 형사 및 사회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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