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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도 발생하는 ‘교제폭력’, 그럼에도 ‘살인 피해율’ 낮은 이유는” [더 이상 한 명도 잃을 수 없다 - 번외편] 아시아교정포럼 [2025-02-14 18:0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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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도 발생하는 ‘교제폭력’, 그럼에도 ‘살인 피해율’ 낮은 이유는” [더 이상 한 명도 잃을 수 없다 - 번외편]
교제 폭력이나 교제 살인은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젠더 위계에 따른 여성 폭력, 특히 가까운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고 심각한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0년부터 2018년까지 161개국 유병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세계 여성 3명 중 1명이 평생에 걸쳐 친밀한 관계에 의해 물리적·성적 폭력을 당했거나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유럽의 선진국인 스웨덴의 통계도 비슷하다. 유럽연합(EU)의 젠더 기반 폭력 조사에 따르면 스웨덴의 18~74세 여성의 31%가 평생 한번 이상 친밀한 파트너로부터 신체적 폭력이나 위협 또는 성적 폭력을 경험했다는 통계가 있다. 폭행, 협박, 강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스웨덴의 여성 폭력 관련 통계에서 눈에 띄는 점은 살인 피해율이 낮다는 점이다. 스웨덴 범죄 예방 위원회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10명의 여성이 현재 또는 과거의 파트너에 의해 살해됐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의 평균을 보면 매년 약 15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반면 한국은 2023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 여성 살해 피해자만 최소 138명이었다. 이는 다섯배 정도 차이 나는 양국의 총 인구(2025년 기준 스웨덴 1063만5489명, 한국 5168만4564명) 대비로 살펴봐도 많은 수치다. 이는 스웨덴과 한국에서 폭력을 받아들이는 인식과 법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건이어도 민감하게 피해로 인지하는 비율 자체가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웁살라대에 있는 ‘남성의 여성 폭력에 대한 국가 지식 센터(National Centre for Knowledge on Men’s Violence Against Women·NCK)’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적 의식을 개선하기 위해 세워진 기관이다. 이곳에선 정책 연구를 수행하고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한다. 대표적인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한국보다 사회 전반의 성인지 감수성이 높은 스웨덴에서는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이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젠더 기반 폭력 분야의 법률 전문가이자 강사 한나 팔함 서보를 인터뷰했다. 그는 스웨덴 스톡홀름대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영국 에식스대에서 국제 인권과 인도법 분야의 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로스쿨에서 강연하고, 새로운 입법안에 대해 자문을 하며, 사법 제도와 관련된 교육 과정을 제공한다. 그는 “스웨덴에서도 젠더 위계에 따라 벌어지는 친밀한 관계의 폭력은 심각한 문제”라며 “NCK는 사회 전반에 대한 교육부터 외래 진료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피해자와 관계자들을 지원하면서 제도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 NCK는 어떤 기관인가.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 “NCK는 여성 폭력 관련 연구뿐 아니라 교육, 커뮤니케이션, 외래 진료를 포함한 임상 서비스를 제공해 관련 정책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여성은 물론 남성과 트랜스젠더 등 여러 젠더를 위한 지원 핫라인을 운영한다.” - 스웨덴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 살인 등의 범죄를 법적으로 어떻게 처벌하고 있나. “기본적으로 형법 제3장 생명과 건강에 관한 범죄, 제4장 자유와 평화에 관한 범죄, 제6장 성범죄 등의 조항에서 각각 폭행, 불법 협박, 강간 등의 범죄를 처벌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친밀한 관계 내 여성 폭력을 처벌할 수 있도록 ‘여성의 존엄성 침해(Gross violation of a woman’s intergrity)에 관한 법’을 마련했다. 이 법은 친밀한 관계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1998년 만들어졌다. 남성이 친밀한 관계의 여성에게 반복적으로 가한 폭행, 불법 협박, 강간 등의 범죄를 처벌하도록 한다. 이 관계에는 현재 혼인 상태이거나, 과거 결혼한 적 있거나, 결혼과 유사한 관계에서 동거 중이거나, 동거한 적 있는 관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 조항의 목적은 여성의 존엄성을 반복적으로 훼손한 범죄를 하나로 묶어 형벌의 가치를 높이는 데 있다. 이런 범죄는 짧거나 긴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발생했으며, 여성의 자존감과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본다.” - 법이 생긴 뒤 실제 어떤 변화가 있었나. “법의 목적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막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통계로 봤을 때는 한계가 생긴다. 법이 도입된 후 처음 몇 년은 범죄 신고 건수와 유죄 판결 건수가 증가했다. 실제 처벌이 많이 이뤄졌단 뜻이다. 그런데 2009년 이후 이 수치는 모두 감소했다. 이에 관해 한가지 가능한 설명은 검사가 ‘여성 폭력’이 아니라 폭행, 강간 등의 개별 범죄에 집중했을 가능성이다. ‘존엄성 침해’라는 내용으로 수사하는 것보다, 각각의 범죄로 수사하고 처벌하는 게 일견 쉬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2018년 형법을 개정해 강간죄의 정의와 구성요건도 바꿨다. 기존에 강간죄를 적용하려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폭행·협박 등의 강제력이 사용돼야 했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 이 요건은 ‘자발성’으로 대체됐다. 물리적인 협박이나 완력 이용이 없었더라도, 자발적으로 한 관계가 아니라면 강간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적시한 것이다. 현재 한국은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이에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강간죄 구성요건을 변경할 수 있도록 ‘비동의 강간죄’를 도입하라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 스웨덴에서 강간죄 구성요건이 바뀌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이 법의 목적은 ‘성관계가 자발적이지 않다면 불법이다’라는 규범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강간 사건에서 증거를 판단할 때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당사자들의 진술은 매우 중요하다. 연인, 부부는 물론 어떤 관계에서나 성적 행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 기반이 되어야 할 것은 상호 존중과 자발성이다. 법이 바뀌면 사람들의 태도와 가치관도 영향을 받게 되고, 이 법이 그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실제로 이 법은 과거에 처벌할 수 없었던 피해도 처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지만, 법 개정 이후 재판 과정에서 신뢰성에 대한 논의가 더 커졌다는 점도 주의해야 할 점이다. 특히 피해자의 ‘자발성’을 판단할 때, 자발적인 동의가 상대에게 어떤 말이나 행동으로 드러났는지 재판 과정에서 확인하도록 한다. 이는 피해자에게 과도한 주의를 집중시킬 우려가 있다.” - 한국에는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여성 살해나 폭력 피해를 집계한 공식 통계조차 없다. 스웨덴은 국가적 차원에서 어떤 관련 연구가 이뤄지고 있나. “2014년 NCK는 국가 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전국 성인(18~74세) 남녀 각 1만명에게 평생 성적·신체적·심리적 폭력에 노출된 경험을 조사했다. ‘스웨덴의 폭력과 건강: 여성과 남성의 폭력 노출과 건강과의 연관성에 관한 국가적 연구’라는 제목으로 나온 이 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응답자의 14%가 성인이 된 후 현재 또는 과거의 파트너로부터 폭력이나 위협을 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남성 응답자의 경우 이 비율은 5%에 그쳤다. 특히 남성은 낯선 사람에게 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여성은 친밀한 관계의 파트너에게 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10명 중 1명은 18세 이후 심각한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공식 통계는 한 국가에서 제도적·정책적 변화를 이루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폭력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공식 통계가 없으면 이런 문제가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국에서 여성 살해 통계를 수집하는 책임이 시민단체에게 전가된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나서서 얼마나 피해가 벌어지고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스웨덴에서는 2014년 연구 이후 새로운 전국적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 NCK는 정부에 계속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를 위해 예산 할당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 한국에서는 친밀한 관계 폭력 신고 건수는 늘고 있지만, 기소된 사건은 여전히 매우 적다. 이런 불일치가 발생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경찰, 검찰, 법원, 교정시설 등 사법 체계에서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 그리고 친밀한 관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게 문제다. 스웨덴에서도 여전히 사법 기관 종사자들이 피해자에게 수치심과 죄책감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는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거나, 형사 절차를 계속 밟는 것을 포기하게 한다. 또 친밀한 사이에서 피해자는 폭력적인 파트너와 쉽게 관계를 끊지 못한다. 이런 폭력의 특성에 대해서 기관 관계자들이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 어떤 방식으로 교육을 해야 하나. “NCK에서 눈에 띄는 점은 직원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라는 점이다. 현재 약 80명이 있는데 간호사, 사회복지사, 의사, 심리학자, 변호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연구원 등으로 다양하다. 이런 독특한 구성은 서로에게 발전 기회를 준다. 우리는 성범죄 피해자와 의료 종사자를 위해 안내 핸드북을 제작하고, 국가 연구를 수행했다. NCK가 수십년간 노력한 결과 2018년 스웨덴에선 고등교육법이 개정됐다. 법이 개정되면서 물리치료학·간호학·사회복지학·치위생학 학사 학위, 심리학·치의학·의학·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려는 학생들은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 가까운 관계에서의 폭력에 대한 지식을 반드시 갖추도록 바뀌었다. 더 나아가 국가적 차원, 정부 차원에서도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이 중요한 문제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이 메시지는 결국 사법 체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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