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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집중 표적 된 아이돌... 소속사는 “이미지 타격” 쉬쉬 아시아교정포럼 [2024-12-14 10:0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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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집중 표적 된 아이돌... 소속사는 “이미지 타격” 쉬쉬
이 사이트는 지난 8월 말 국외 케이팝 팬들이 엑스(X·옛 트위터)를 기반으로 “모든 여성 아이돌을 지키자”며 구글의 검색 결과에서 삭제, 접속 차단을 촉구한 여러곳 중 하나다. 그로부터 약 100일이 흐른 최근까지도 문제로 지적된 사이트들엔 여전히 합성 성범죄물이 수시로 올라왔다. 딥페이크 성범죄에 가장 빈번하게 노출되는 이들은 여성 연예인이다. 한겨레가 불법합성물 제작·유포가 성폭력으로 규율되기 시작한 2020년 6월25일부터 올해 6월 말까지 해당 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5건의 판결문을 살펴본 결과 37건(35.2%)에서 연예인 피해가 발견됐다. 성별 파악이 가능한 아이돌·연예인 피해자 111명(동일 인물 중복 포함) 중 109명(98.2%)이 여성이다. 케이팝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유명 아이돌 사진·영상을 악용한 합성 성범죄물은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 문화상품권 핀 번호, 장당 1천원의 현금, 월 구독료 10~30달러를 받거나 불법 도박 사이트 같은 광고 유치 등 수익을 얻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26건이었다. 그중 16건(61.5%)의 가해자들은 여성 연예인들의 얼굴을 훔치고 인격권을 침해했다. 여성 연예인을 노린 합성 성범죄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문제지만, 정작 우리 사회에선 유명인이라면 감내해야 할 고통쯤으로 치부해왔다. 이렇게 방치된 범죄는 결국 학교·지역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프랑스 신문 르몽드는 지난 2월 “성적인 내용의 딥페이크 영상 분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5개 플랫폼을 조사한 결과, 가장 자주 표적이 된 유명인 50명의 56.0%가 한국인 팝스타였다”며 “전세계가 케이팝 아이돌의 딥페이크를 원한다”는 콘텐츠 제작·판매자 말을 전했다. 미성년자도 타깃…8천여만원 수익가해자 ㄱ은 2021년부터 약 2년간 16살 아동을 비롯한 여성 연예인들의 얼굴을 성관계, 유사 성행위 영상에 불법합성해 1805차례 유포했다. 후원 플랫폼을 통해 월 30달러(4만4천원)를 결제한 이들을 텔레그램 그룹방에 초대해 성범죄물을 공유했다. 이런 방식으로 2년간 얻은 수익은 6만1746달러(8653만원)에 이른다. 연예인 합성 성범죄물 4424개를 누군가에게 전송한 사실도 적발됐다. ㄱ은 1심 재판(제주지법 형사2부)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뒤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징역 4년형은 양형 기준에 따른 권고형(징역 6년~17년4개월)보다 가벼운 처벌이었다. 실형보단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가 더 많았다. 2020년부터 1년가량 여성 연예인 대상 합성 성범죄물을 2천여개 만들고 이를 판매해 약 1만3120달러(1837만원)를 번 가해자 ㄴ은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범행을 시인하고 수사에 협조, 초범”(창원지법 진주지원)이라는 이유였다. 아동·청소년 등 여성 연예인 수십명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성범죄를 저지르다 국외에서 붙잡혀 송환된 ㄷ 역시 감옥행을 면했다. ㄷ은 2019년부터 4년간 합성 성범죄물 2200여개를 만들고,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를 통해 5800여개를 유포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는 올해 1월 ㄷ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며 “성범죄물이 복제·유통돼 피해 확산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합성 수준이 그리 높지 않고 영리를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수사에 협조했고 가족·지인이 선처를 탄원한다”는 양형 사유를 밝혔다. 보이지 않는 피해자들의 목소리피해 당사자들은 이런 법원 판단에 수긍할까. 여성 연예인들의 처벌 의사가 드러난 판결문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피해자 목소리가 수사·재판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셈이다. 디지털성폭력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찰은 “(내가 맡았던 사건에서도) 여성 아이돌 피해가 많이 확인됐지만 당사자나 소속사가 수사를 의뢰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다른 사건을 수사하다 연예인 피해를 인지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해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범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한겨레가 접촉한 다수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딥페이크 성범죄에 강력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하더라도 소속 연예인 피해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양새였다. 한 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는 “법적 대응을 적극적으로 하면 연예인이 수사 기관에 진술을 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게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 이미지 타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렇게 해도 범인이 처벌받는다는 보장도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워낙 오래되고 광범위한 범죄라 대응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엄청난 정신적 피해” 방치실제 여성 연예인 얼굴을 합성하는 성범죄는 이미 오래전 부터 불거진 문제다. 성착취물 유통 사이트 ‘소라넷’(2016년 폐쇄)의 아이돌 불법합성 카페 등을 통해 약 3년간 걸그룹과 배우 130여명의 합성 성범죄물 1만여장을 유포하다 2016년 경찰에 붙잡힌 20대도 있었다. 당시 피해를 겪은 여성 연예인 10여명은 경찰에 고소장을 내고 “(성범죄 게시물에 달린 악성 댓글, 명예훼손·모욕 등으로) 엄청난 정신적 피해를 봤고 억울하다, 꼭 처벌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고통에 둔감했던 탓에 새 기술을 탑재한 성범죄가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갔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여성 연예인 피해에 대해 ‘진짜도 아니지 않으냐’고, 심지어 감내해야 할 ‘인기의 척도’쯤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범죄는 아는 사람을 성적으로 모욕하고 사회적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는 딥페이크 성범죄의 명징한 징후였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딥페이크 성범죄의 중요한 성격 중 하나는 지인의 사회적 평판을 훼손하고 모욕하는 것인데 연예인 대상 범죄 역시 네임 밸류(이름의 가치)를 훼손하고 모욕함으로써 즐거움을 느낀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가해 양산하는 마중물유명 연예인 얼굴을 훔친 성범죄물은 또 다른 가해와 피해를 양산하는 마중물 구실을 하고 있었다. 가해자 ㄹ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아동·청소년 연예인들의 합성 성범죄물을 구매하다 직접 채널을 개설하고 성범죄물 제작·유포에도 손을 댔다. 연예인 성범죄물을 무료 대화방에 ‘홍보용’으로 뿌린 뒤 돈을 내면 더 다양한 걸 볼 수 있다고 유인하는 수법도 있었다. 손희정 교수는 “성범죄물을 웹사이트에 올리는 건 직접 팔아 돈을 벌지 않더라도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을 연장해 불법 도박 광고 등을 보게 하는 폭력의 산업화와 맞물려 있다”고 짚었다. 이런 현실에도 정부 대처는 미온적이다. 이달 초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강화 방안엔 여성 연예인들의 피해 구제를 위한 방안이나 대책은 담기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 대중문화산업과 관계자는 한겨레에 “대중문화예술인의 전반적인 권익 보호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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