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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교도소에서 조폭들이 사는 법

아시아교정포럼 [2024-04-19 18: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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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교도소에서 조폭들이 사는 법 

“없는 물건 갖고 있으면 갑(甲), 담배 한 개비 8만원 받고 팔아” 

밖의 ‘동생들’ 통해 교도관에게 유흥업소 로비 벌여 사제물품 밀반입 하기도
교도소에서도 대장… 연쇄살인범 유영철도 태도 불량하다고 집단 구타 당해



조직폭력배와 교도소는 뗄 수 없는 사이다. 별(전과)을 달고 나와야 사회에서 ‘이권’과 ‘머릿수’가 생긴다. 조폭들에게 이권은 조직에서 사업체 운영을 허락 받는 것이고, 머릿수는 부릴 수 있는 부하들을 말한다. “20대 절반을 형님들 민원 처리하느라 교도소에서 보냈다. 그 뒤에야 ‘쩐주’를 소개받아 자본금을 받았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활동하는 한 조직원 이모(29) 씨의 설명이다. 그는 사채를 빌려주고 돈을 번다. 물론 불법이다. 하지만 채무자의 집이나 회사를 찾아가 소리를 지른다든가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나체사진을 유포하거나 이런 ‘질 낮은’ 짓을 하지는 않는다. 돈 좀 있는 이들에게 담보로 외제차를 받아 놓고는, 살인적인 이자로 돈을 더 뜯다가 더 이상 쥐어짤 수 없을 때 그 외제차를 주변에 수백만원을 받고 빌려준다. 나중에는 전문업자를 불러 주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미터기를 조작한 뒤 대포차 업체에 넘기면 그만이다. 최소 원금의 5배 이상은 챙기는 장사다. 게다가 이 사업은 비수기가 없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젊은 MZ 조폭들의 주 수입원인 주식 리딩방이나 코인방 사기는 그때그때 수입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부업으로 한다. 3개월 전 기자에게 요즘 조폭들의 돈벌이 수법을 털어놓은 이씨는 누범 기간 중 상해죄를 저질러 수원구치소에 구속돼있다. 그는 범죄단체조직죄(범단)가 재판부에서 인정돼 가중처벌까지 받았다. 최근 그와 연락이 닿았다는 다른 조직원 박모(36) 씨는 이씨와 같은 수원구치소에 구속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근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귀띔했다. “워낙 큰 건에 휘말린 분이어서 우리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얼핏 듣기로는 상태가 말이 아니라고 하더라. 그분이 계열사를 정리해 노후자금이라도 챙기려고 한다더라.”

이씨의 말처럼 교도소는 신입 조폭들의 관문이다. 일부러 폭력사건을 저질러 ‘신고식’을 자행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소년원 이력이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반 기업체로 따지면 검증된 포트폴리오로 쳐준다는 것. 전직 조폭 이모(42) 씨는 1998년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부산 사상구에서 친구들과 무리 지어 오토바이를 훔치거나 돈을 갈취하면서 생활했다. 지역 관할인 사상경찰서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은 당연지사. 경찰의 관리를 받던 중 폭력사건을 저질러 징역 6개월을 받고 부산소년원에 들어갔다. 주먹으로 다른 소년수들과 서열정리를 했다는 그는 최고참 격인 ‘방장’이 됐고, 밖에서 ‘유망주’로 알려졌다. “출소 열흘 전에 문신은 하나 있어야겠다 싶어 서예반장을 불러 먹물을 갖고 오라고 했다. 방에 그림 잘 그리는 애가 하나 있길래 걔한테 먹물을 묻힌 바늘로 종아리에다 라인을 따게 했다.”


조폭 세계에서는 어느 소년원을 나왔는지도 중요하다. 기자가 만난 다수의 조폭들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은 대전의 대덕직업전문학교(대덕소년원)가 가장 악명 높았다. 마침 이씨는 부산소년원 출소한 직후 다른 폭행 혐의로 대덕소년원에서 2년가량을 지낸 경험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2000년 5월 대덕소년원에서 벌어진 난동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고 했다. 당시 언론에는 소년수 김모 군이 반장 선출에 불만을 품고 12명의 소년수를 동원해 소년원을 점거하고 교도관들을 폭행, 가스총을 빼앗은 사건으로 보도됐다. 이씨는 이를 좀 더 상세히 설명했다. “목욕탕을 이용하는 문제를 놓고 생활반장과 전산반장이 시비가 붙었다. 교도관들이 보도방에서 CCTV로 그 상황을 파악하고 보도실로 두 명을 불러 서로 싸운 경위를 따져 물었다. 교도관들이 서열이 더 높은 생활반장 편을 들면서 전산반장의 뺨을 때린 게 화근이 됐다. 화가 난 전산반장이 전산반의 소년수 30명을 동원해 보도실로 쳐들어가 소화기 핀을 뽑아서 선생들 얼굴에 쏴버리고 수갑 다 빼앗아 손목에 채워버렸다.”

결국 6시간 만에 특공대가 출동해 진압한 이 사건은 KBS에 작은 토막 기사로만 남아 있다. 이씨에 따르면 당시 난동을 주도한 전산반장 김모(42) 씨는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 혐의로 징역 5년을 산 뒤 고향 강원도에서 ‘조직’ 생활을 했다. 이씨도 출소 후 20대 초반 나이에 부산 사상구의 한 지역 조직에 들어가 비교적 수월하게 룸살롱 운영을 허락받았다고 한다.

잡범들과 달리 조폭들은 교도소에서도 대접을 받는다. “교도소는 건달이 왕이다. 안에서 서로 부딪히지만 않으면 발 뻗고 잔다.” 전국구로 알려진 ‘현직’ 조폭 김모(42) 씨의 말이다. 그는 불과 3년 전까지 전주교도소에 있었다. 그에 따르면 범단으로 엮인 조폭은 노란 명찰을 받고 재소자 방에 들어간다. 방에서는 방장 밑으로 배식방장·규율방장 등 나름의 서열이 있는데, 조폭은 이를 무시하고 들어가자마자 방장이 된다. 나이 불문, 혐의·형량 불문이다. 설거지나 청소, 배식 등에서 자유롭다. 그는 “교도관들도 터치를 안 한다. 방에 조폭이 있으면 규율이 잡히기 때문이다. 솔직히 교도관과는 공생 관계라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교도관에게 진짜 골칫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시비를 거는 재소자다. “교도관도 사람인데 걸핏하면 코를 꿰려는 애들이 있다. 한여름에 더워서 교도관이 모자를 벗으면 ‘왜 세금으로 근무하면서 탈모(脫帽)하느냐? 30분마다 순찰을 돌아야 하는데 왜 1~2분씩 늦느냐’ 이런 식이다. 교도관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소장과 면담하겠다고 요청하고, 인권위에 진정을 넣어 괴롭힌다.” 하지만 조폭은 이런 재소자들을 고분고분하게 만든다. 장기 10~15년형이나 무기수가 아닌 바에야 사회 복귀만 기다리는 입장에서 조폭의 눈에 띄어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교도소 안에서는 범죄 유형별로 순서가 정해진다. 김씨는 “조폭들이 가장 싫어하는 범죄자가 사기, 성폭행, 살인으로 들어온 재소자들이다. 사기범들은 접시꾼이라고 부른다. 걔들은 교도소에 들어와서도 입만 열면 거짓말과 허풍을 친다. 그래도 범털(영치금이 많은 사람)은 방에다 먹을 걸 사다 주니 어느 정도는 대우해준다. 성폭행범은 서열 제일 끝에다 두고 온종일 변기통만 닦게 한다. 나이 대접도 안 한다. 그리고 살인범의 경우 명분 없는 살인은 인정해주지 않는다. 안에 있다 보면 별의별 범죄자를 다 만난다. 매일같이 술 마시고 집에서 가족들에게 폭력 휘두르는 부친을 살해한 존속살인범이나 배우자가 바람난 사실을 알고 격분해 살인한 택시기사 같은 범죄자들이다. 우리가 그들한테 뭐라 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