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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폭력’ 언급 꺼리는 사회의 비극… 가해자 정확히 호명해야

아시아교정포럼 [2023-09-01 16: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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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폭력’ 언급 꺼리는 사회의 비극… 가해자 정확히 호명해야 [정지혜의 빨간약]

‘젠더폭력’·‘여성 안전’ 언급 꺼리는 동안 커진 비극
‘가해자 호명’ 않으면서 서사만 부여하는 사회
남성성의 해로운 부분 제대로 바라볼 때

남성의 손에 여성이 또 죽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발생한 등산로 성폭행(2023년 8월17일) 피해자가 사건 이틀 만인 19일 오후 사망했다. 피의자인 30대 남성 최모씨가 휘두른 금속 재질 흉기에 의식을 잃고 응급중환자실에 입원한 피해자는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일면식 없는 여성을 상대로 한 무차별 폭행과 성폭행, 대낮에 서울 시내 한 공원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여러 모로 의미심장하다. 신림역·서현역 흉기난동과 수백건의 온라인 살인예고 유행의 여파 속에서 벌어진 일이란 점에서 일단 그렇다. 경찰이 사상 최초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범행은 저질러졌다. 흉악범죄로부터 나를 지켜줄 사회 시스템이 허약하다는 체감을 시민들, 특히 여성들은 더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사건 일시와 장소, 범행동기 모두 이러한 공포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밤 늦게 돌아다녀서, 유흥가를 여자 혼자 배회해서, (백만 가지 이유로) 남자가 앙심을 품게 해서’ 그랬다는 이전까지의 모든 설명은 무색해졌다. 그건 진짜 이유가 아니라고, 그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피해자가 됐다는 여성들의 외침은 이제야 증명되는 걸까. 

 
‘여자라서 죽었다’는 말은 마침내 과장이 아니게 되었다.  여성은 남자를 만나도 만나지 않아도, 심야에 외진 곳을 다녀도 한낮에 시내를 걷거나 출근길에도 그냥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다. 이것이 이번 사건을 통해 재확인 된 우리 사회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