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개정後 대량범 수정만 2번 투약이나 소지범 기준은 변함없어 경미한 형 선고돼 재범 등 악순환
검·경을 중심으로 10일 출범한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마약류관리법 등을 위반한 피고인에 대한 양형을 강화하는 안건의 상정을 촉구하기로 했다.
특수본은 10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마약범죄 유관기관 협의회' 이후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단속사범 처리에 관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특수본 측은 "마약을 이용한 신종피싱·사기도박·성범죄, 환각상태 운전에 따른 교통사고 등으로 무고한 국민이 범죄피해자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마약사범은 중형이 선고되도록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양형 강화 안건이 상정되도록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침은 마약범죄에 대한 법원의 관대한 판단이 반복된 게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수본도 "마약범죄는 해악에도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집행유예의 경미한 형이 선고돼 재범에 이르는 등 마약 투약·유통이 근절되지 못하는 악순환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에 관한 1심 판결 5438건 가운데 실형 선고는 2624건(48.1%)에 그쳤다. 실형 선고 비율은 2020년 53.7%, 2021년 50.6%와 비교해도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반면 집행유예 비율은 같은 기간 36.3%→38.1%→39.8%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법원이 이같이 '솜방망이' 판결을 반복하는 데엔 양형기준 자체가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1년 개정된 마약범죄 양형기준은 2015년과 2020년 두 차례 수정됐으나 대량범에 대한 형량기준이 일부 강화됐을 뿐이다. 투약이나 소지 등에 대해서는 10여년 전 양형기준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셈이다. 그 사이 마약범죄는 단순 투약 등에서 벗어나 다양한 강력범죄와 결합해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했다.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도 이 같은 범죄 환경 변화를 의식한 듯 지난해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마약범죄 양형기준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국감 이후 두 차례 개최한 회의에서 마약범죄의 양형기준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달 24일 예정된 회의에서도 마약범죄 양형기준 설정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은 제8기 양형위원회는 오는 24일 회의를 끝으로 임기를 마친다. 대법원은 이날 제9기 양형위원회 위원장에 이상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위촉했다. 제9기 양형위원회는 6월께 전체 회의를 열어 양형기준을 논의할 범죄군 선정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